무사시국(武蔵国)에 강림한 신에게 바치는 제주
사케라고 하면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제조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은 도쿄에도 양조장이 있습니다. 깐깐하게 만들어진 “도쿄의 사케”를 알아보고자 아홉 군데의 양조장과 도매점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고즈루”를 제조하고 있는 합명회사 노구치 주조점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신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쿠니타마노오카미(大國魂大神)가 강림하여 현재의 후추에 무사시국을 세웠다. 오쿠니타마노오카미는 이즈모 신화에 등장하는 오쿠니누시노미코토(大国主命)와 동일한 신으로서, 인간에게 의식주의 길을 하사하였고 의료법과 주술 또한 하사하였다고 전해진다. 이를 무사시국의 수호신으로서 모시고 있는 것이 오쿠니타마 신사다.
처음으로 오쿠니타마노오카미가 이곳에 강림했을 때의 일이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았으나 묵을 곳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노구치 집안에서 흔쾌히 대접하였고, 이후 노구치 집안은 오쿠니타마 신사의 신인(神人)으로서 신을 섬기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막부 말기인 1860년에 신사의 명을 받아 제주(신전에 올리는 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라는 노구치 주조점의 사장 노구치 에이이치로씨.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헌상하고 있다. 제품명은 “고즈루”. 이곳에는 다이카개신(645년) 이후 무사시국의 고즈가 위치했기에 “고즈 땅의 학처럼 아름다운 술”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고즈루”는 제주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에게 널리 사랑 받는 술로 자리잡게 된다.
옛 그대로의 진한 감칠맛을 지키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로 다시 태어나다
“다마가와 강물이 청정하기 그지 없던 시절에는 짐마차로 이곳까지 운반해 담금수로 사용했다고 합니다”라는 노구치씨. 그 후에도 지하수 등을 담금수로 사용했으나, 고슈 가도가 정비된 후추에 도시화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약 30년 전에는 환경이 악화되고 만다. 술의 질이 떨어지는 사태까지 내몰리게 된 것. 선대 사장이었던 노구치씨의 부친은 인척 관계였던 나가노의 양조장에 술 제조를 위탁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어떤 술을 제조하고 싶은지 세세하게 전하여 머릿속에 그려온 맛을 표현하고 원액 상태로 운반해 와서 후추의 물을 첨가해 맛을 조절한 뒤 병에 담았다.
“고즈루”는 후쓰슈, 혼조조와 함께 준마이슈와 준마이긴조로 분류되는 “고즈루 나카야큐베”, 다이긴조로 분류되는 “고즈루 단레이”를 라인업하고 있다.
“후쓰슈와 혼조조는 감칠맛 있고 진하며 또한 강한 끝맛이 특징적인 옛술 특유의 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나카야큐베’는 기본적인 맛은 지키되 현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부드럽고 깔끔하게 어레인지했습니다. 다이긴조로 분류되는 ‘단레이’는 더 세련된 맛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노구치씨)
“단레이”로 건배한 후, 식사 초반에는 시원한 “나카야큐베”로 반주를 즐기고 마지막은 상온 또는 살짝 데운 혼조조로 느긋하게 마무리. 즐거운 반주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술을 제조하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흙벽 양조장을 개조한 카페. 오쿠니타마 신사를 참배한 후에는 “고즈루”의 술지게미로 만든 라떼를 추천한다. 진한 술지게미의 달콤함과 향이 넓은 경내를 산책한 후의 피로를 풀어 준다.


본채였던 건물은 “주점 나카큐 본점”으로서, 자체 제조한 술과 함께 전국의 지역술을 고루 갖추고 있다. 매월 카페 2층에서는 사케 모임이 열린다. 계절에 맞는 술 15종류 정도를 단돈 500엔에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인심 넉넉한 기획이다. “사케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그것도 저희 양조장들의 임무가 아닐까 합니다”라는 노구치씨.
양조의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술

오쿠니타마 신사 안에는 양조의 신인 오야마쿠이노미코토(大山昨命)를 모시고 있는 마쓰오 신사가 있다. 1800년에 무사시국의 양조가들이 교토에 있는 마쓰오타이샤에서 신불을 분령해 온 신사다. 경내에는 “고즈루”를 비롯해 도쿄에 있는 양조장들의 술이 봉납되어 있으며, 매년 가을에는 도쿄를 비롯해 전국의 술들이 모여드는 일대 이벤트 “무사시국의 술 마쓰리”가 개최된다. 사케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양조의 신이 깃든 신성한 곳에서 마시는 술은 누구에게나 각별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케 정보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노구치씨. 최근 수년간 줄곧 품어온 생각이 있다. “양조업은 기술과 설비 모두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곳에서 우리들의 손으로 술을 빚어 도쿄 무사시국에서 탄생한 술을 전하고 싶습니다”
1900년 전에 이곳에 강림해 따뜻한 대접을 받은 오쿠니타마노오카미도 분명 바라고 있는 바임에 틀림없다.
(글: 나카쓰미 아사코)
https://www.ookunitamajinja.or.jp/

https://www.city.fuchu.tokyo.jp/bunka/bunka/maizo/kokusinotachi-ieyasugoten.html

게이오선 후추역에서 걸어서 6분
우편번호 183-0022 도쿄도 후추시 미야니시초 4-2-1
TEL 042-362-2117
양조장 견학/불가, 점포(9:00~20:00), 양조장 카페(10:30~17:00)
정기휴일/일요일












